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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에세이] 일곱 살 때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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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혜의숲
작성일
23-02-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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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에세이] 일곱 살 때의 독서 나희덕 제 빛남의 무게만으로 하늘의 구멍을 막고 있던 별들, 그날 밤 하늘의 누수는 시작되었다 하늘은 얼마나 무너지기 뒤운 것이었던가 별똥별이 떨어질 때마다 하늘은 울컥울컥 쏟아져 우리의 잠자리를 적시고 바다로 흘러들었다 그 깊은 우물 속에서 전갈의 붉은 심장이 깜박깜박 울던 초여름밤 우리는 무서운 줄도 모르고 바닷가 어느 집터에서, 지붕도 바닥도 없이 블록 몇장이 바람을 막아주던 차가운 모래 위에서 킬킬거리며, 담요를 밀고 당기다 잠이 들었다 모래와 하늘, 그토록 확실한 바닥과 천장이 우리의 잠을 에워싸다니, 나는 하늘이 달아날까봐 몇 번이나 선잠이 깨어 그 거대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날 밤 파도와 함께 밤 하늘을 다 읽어버렸다 그러나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가 하늘의 한 페이지를 훔쳤다는 걸, 그 한 페이지를 어느 책갈피에 끼워넣었는지를 일곱 살 때의 기억이란 파편들이다. 아마도 가장 강력하게, 그리고 가장 의미 있게 의식이 붙잡은 장면이 남아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내 속에 차곡차곡 있음에도 아직 나오기 싫어서 내 속에 그냥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곱 살, 세상이 새롭게 시작되는 삶의 경계지역에서 시인은 하늘의 거대한 책을 읽었노라고 말한다. ‘거대한 책’, 문자로 씌여져 있지 않은 거대한 책. 하늘, 별, 바람, 구름, 바다, 숲,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 이 모든 것들이 이 거대한 책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이며 사연들일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하늘의 한 페이지를 훔쳤다는 것을 이제야 고백한다. 그 한 페이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었던 것일까? 이 시를 읽으면서 이 세상이, 저 하늘이 거대한 책이라면, 혹시 나도, 나의 삶도, 나의 모습도 그 거대한 책의 한 페이지쯤은 되는 것일까? 아니 그 거대한 책의 한 페이지의 한 구절쯤은 되는 것일까? 그리고 나만의 사연, 나만의 느낌, 나만의 삶의 비밀이란 내가 훔친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선물일까? 문득 이런 말이 생각이 난다. ‘어제는 역사이며, 내일은 미스테리이고 오늘은 선물이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선생님들에게 이 세상이, 저 하늘이, 한 사람의 삶이 ‘거대한 책’이라는 은유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더욱 실감 나게, 가슴치게 하는 은유다. ecdfab83701e5d8d71dd7a7e3642f25c_1677571074_926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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