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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1300] 르네 마그리트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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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혜의숲
작성일
23-04-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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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6학년 아이가 고전 1300 마그리트 수업 후 쓴 에세이입니다. 마그리트와 3개의 규칙 르네 마그리트는 항상 느낌표만 가득하던 미술계에 물음표를 넣어준 존재이다. 그의 미술적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은 그의 3가지 규칙을 파악하고 생각한 다음 이해하는 것이다. 그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규칙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은 '심금'이고, 세 번째 규칙은 '이미지의 배반'으로 잘 나타나 있다. 그의 첫 번째 규칙은 크기의 변형이다. 컵과 구름, 우리는 굳이 보지 않아도 당연히 구름이 크다고 인식한다. 하지만 마그리트의 심금이라는 작품을 보면 컵이 구름보다 크다. 구름이 컵 안에 담겨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평소 알던 것과는 다른 사실에 물음표를 띄게 된다. 두 번째 규칙은 낯선 만남이다. 심금이라는 그림을 보면 우리는 단순히 컵을 가까이서 찍고 원근법을 이용한 착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물리적으로 우리가 컵을 그렇게 크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근데 우리는 왜 낯설다고 느끼는 걸까? 우리는 컵이 구름 바로 밑에 있다는 것에서 낯선 느낌을 받는 것이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컵은 테이블 따위의 위에 올려져 있다. 그 누구도 컵이 구름 밑에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고정된 시간 또한 마찬가지이다. 벽난로 속에서 기차가 나온다는 것은 첫 번째 규칙에서처럼 보편적인 벽난로에 비해 기차는 아주 크다. 또한, 벽난로와 기차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낯설지 않지만, 벽난로에서 기차가 나온다는 것에 우리는 낯설다는 느낌을 받는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규칙에서 우리는 시각적인 정보를 통해서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와 같이 어떤 사물 또는 사물들을 본래의 위치에서 벗어난 다른 맥락이나 상황에 배치시켜 보는 이에게 충격 효과를 내는 것을 데페이즈망(dépaysement) 기법이라고 한다. 초현실주의의 선구자라고 불렸던 시인 로트에라몽은 자신의 시에서 “재봉틀과 우산이 병원 해부대 위에서 뜻하지 않게 만나는 아름다움”이란 표현을 썼다.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재봉틀이나 우산이 병원 해부대에 놓여있는 상황이 실제로 가능하긴 하지만 그것이 그 위에 놓여 있을 때 우리는 낯선 느낌을 분명히 받을 것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마지막 규칙은 역설과 이름이다. 이미지의 배반에서 르네 마그리트는 파이프를 그려놓고 밑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글귀를 써놓았다. 우리는 이걸 보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다. 르네 마그리트가 말장난을 치는 것일까? 이것을 철학적으로 접근해보면 우리가 쓰는 언어와 실제 사물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르네 마그리트는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파이프'라는 단어는 파이프의 성질을 전혀 나타내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파이프를 파이프라고 부르기로 했기 때문에 파이프가 파이프인 것이다. 우리가 파이프를 물이라고 부르기로 했으면 물인 것이고 나무라고 부르기로 했으면 파이프는 나무인것이다. 이처럼 르네 마그리트는 일반적으로는 역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더 파고 들어가보면 맞는 말을 하고 있다. 역설과 이름에 관련된 얘기의 예시로는 테세우스의 배가 있다. 미노타우로스를 처리하고 아테네로 돌아온 테세우스가 탔던 배를 보존하는데 중간에 배의 썩은 판자를 떼어 내고 새로운 판자를 끼워 넣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배의 썩은 판자를 계속 갈아 끼우다 보면 결국에는 본래의 판자는 전혀 남지 않을 것인데 결국 이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는가? 라는 게 테세우스의 배이다. 나는 판자를 모두 갈아 끼운 배도 테세우스의 배라고 본다. 우리는 그 배라는 존재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지칭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 배는 테세우스의 배인 것이다. 중간에 누가 뻥을 쳐서 이것은 '헤라클레스의 배다'라고 한다면 테세우스의 배가 아닌 헤라클레스의 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르네 마그리트라면 테세우스의 배라고 버젓이 소개되고 전해져옴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그냥 배도 아니고 테세우스의 배도 아니라고 했을 것이다. 맨 처음에 말했듯이 마그리트는 느낌표만 가득하던 미술계에 물음표라는 새로운 변화를 주었다. 그는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그림을 통해 물음표만 주는 것이 아닌 느낌표도 준다. 물음표를 통해 느낌표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이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다. 거울/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가 그려낸 세상은 온통 이상한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낮과 밤이 공존하는 세상, 물건들의 크기가 뒤바뀐 일상, 그림과 창밖 풍경이 겹쳐 있는 혼돈, 파이프 그림 아래 파이프가 아니라고 써 놓은 문구, 허공에 떠 있는 아슬아슬한 바위성… 그림은 대상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마그리트 그림은 충격이지요. 화가는 그림으로 말합니다. 그렇다면 마그리트는 이 이상한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일까요? 혹 정말 세상은 그렇게 뒤죽박죽인 게 아닐까요? 아니면 우리가 믿고 있는 세상이 사실은 우리가 믿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일까요? 우리가 옳다고 믿고 있는 진리가 사실은 진리가 아니었을까요? 참 혼돈스럽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우리에게 '의문'을 갖게 한다는 것이지요. '질문'하게 한다는 것이지요. '의문'과 '질문'은 생각을 창조합니다. 다른 이들이 미리 정해 놓은 고정된 생각이 아닌 오직 나만의 사유세계를 만나게 해주는 통로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새로운 감회로 그의 그림을 다시 감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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