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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에세이] 여름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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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혜의숲
작성일
23-10-3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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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에세이 여름 뜰 김수영 무엇 때문에 부자유(不自由)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무엇 때문에 자유(自由)스러운 생활을 피하고 있느냐 여름 뜰이여 나의 눈만이 혼자서 볼 수 있는 주름살이 있다 굴곡(屈曲)이 있다 모오든 언어(言語)가 시(詩)에로 통(通)할 때 나는 바로 일순간(一瞬間) 전의 대담성(大膽性)을 잃어버리고 젖먹는 아이와 같이 이즈러진 얼굴로 여름뜰이여 너의 광대(廣大)한 손(手)을 본다 `조심(操心)하여라! 자중(自重)하여라! 무서워할 줄 알어라!' 하는 억만(億萬)의 소리가 비오듯 내리는 여름 뜰을 보면서 합리(合理)와 비합리(非合理) 사이에 묵연(黙然)히 앉아있는 나의 표정(表情)에는 무엇인지 우습고 간지럽고 서먹하고 쓰디쓴 것마저 섞여있다 그것은 둔한 머리에 움직이지 않는 사념(思念)일 것이다 무엇 때문에 부자유(不自由)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무엇 때문에 자유(自由)스러운 생활을 피하고 있느냐 여름 뜰이여 크레인의 강철(鋼鐵)보다 더 강(强)한 익어가는 황금(黃金)빛을 꺾기 위하여 너의 뜰을 달려가는 조고마한 동물(動物)이라도 있다면 여름 뜰이여 나는 너에게 희생(犧牲)할 것을 준비(準備)하고 있노라 질서(秩序)와 무질서(無秩序)와의 사이에 움직이는 나의 생활(生活)은 섧지가 않아 시체(屍體)나 다름없는 것이다 여름 뜰을 흘겨보지 않을 것이다 여름 뜰을 밟아서도 아니 될 것이다 묵연(黙然)히 묵연(黙然)히 그러나 속지 않고 보고 있을 것이다 ‘시여, 침을 뱉어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김수영의 시입니다. 뙤약볕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 뜰에서, 날카롭게 우리의 피부를 찌르는 햇빛의 공격(그렇다. 햇빛은 분명 칼이다)을 받으면서, 그 햇빛에의 찌름에 고통을 느끼면서, 그것을 나를 규정하는 모든 것들, 나에게 조심하라고 명령하는 것들, 나에게 자중하라고 하는 것들, 나에게 참으로라고 하는 것들, 나에게 엄숙한 표정으로 명령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햇빛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햇빛이 몸으로 변하여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생명체들은 햇빛이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이 시의 고민은 더욱더 심화됩니다. 무엇을 거부하고 무엇을 간직할 것인가? 여름 뜰은 단지, 나를 억압하고 규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존재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나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뱉을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는 것들이 삶 속에는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 안고 살아가는 모순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 모순 때문에 삶은 역동적이며, 변화가 가능하고 모든 사람이 똑같지 않으며,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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