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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숲스토리 시즌1 Vol.18 지숲에서 지적 에세이스트로 살아가기 - 시즌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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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혜의숲
작성일
23-02-0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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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숲에서 지적 에세이스트로 살아가기 모기업의 연구원으로 일하는, 동료의 부군에게서 들은 옛이야기. 대학원 진학을 위해 지도교수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질문에 답하자 교수가 말하길 “그건 네 생각이냐?” 물었다고 했다. 잠시 머리가 멍해졌으니 27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초중고 교육을 받는 동안 단 한 번도 떠올려보지 않은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3년 만에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딴 그는 오랫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용맹정진하며 밀도 높은 생을 영위하고 있다. 이미 20년도 지난 일이나 지금도 가끔 아이들과 수업할 때 그 질문이 머릿속에 오버랩 된다. 같은 시기에 나는 ‘그건 네 생각이냐?’를 묻는 문화가 아닌 ‘이 도끼가 네 도끼냐?’를 묻는 문화 안에서 살고 있었다. 나의 생각이 아니라 ‘정직’이 문제 되었고 나의 의견이 아니라 신령님의 판단이 중요했다. 왜 이야기는 그렇게 끝나야만 했을까. “이 도끼가 네 도끼냐?” 아닙니다. 그 은도끼는 제 것이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 금도끼도 제 것이 아닙니다. 한없는 자기 부정을 통해서만 해답에 이를 수 있다는 상투적 근대성! 정직이라는 덕목이 옳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너는 정직한 나무꾼이니 금도끼와 은도끼 모두를 네게 내리겠다.”는 위로부터 내려오는 전언은 의문과 의심이라는 자기 해석력을 지우고 그 자리에 마땅히 따라야 할 강령 혹은 성소(카바)를 가져다 놓는다. 카바에 새겨진 율법을 따르며 검고 반질반질한 돌에 나를 비추는 동안 자신의 법(法), 나의 길은 사라졌다. 그러나 본디 사람의 정신은 건강하다. 그는 자신을 표현하려는 동기와 욕망을 품고 있다. 노동이 인간의 자기실현 욕구를 채워 줄 도구로 기능하는 사회는 순기능적 사회다. 육신을 먹이고 정신을 살찌우는 노동이 기꺼운 인간이라면 애써 과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는 일에 관심을 두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은 기본적으로 생산하는 활동이자 창조의 행위다. 내가 하는 일이 존재와 괴리될 때 인간은 그 고됨을 덜기 위해 영화를 소비하고 드라마를 소비하고 사치품을 소비하고 책을 소비한다. 그래서 더 쉽고 빠른 소비를 위해 점점, 모든 매체가 쉬워지고 얇아진다. 노동에 자신을 몽땅 소진했으니 쉬어. 너는 더 이상 여력을 쏟거나 의지를 발휘하거나 의미를 찾지 않아도 돼. 우리가 몽땅 알려줄게. 전부 말해줄게. 근대 사회의 작동 체계가 ‘명령’이었다면 21세기 자본의 작동 체계는 모든 것을 다 해주는 친절함과 효율성! ‘나는 소비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돈을 들고 밖으로 나가 무언가를 살 때에만 가벼운 흥분과 쾌감을 느낀다면 내 존재 양태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돈을 내고 영화를 보는 행위가 창조일 수는 없을까?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행위가 생산일 수는 없을까? 가만 보면 지숲의 아이들은 그렇게 한다. 주어진 질문의 경로를 비틀어 변칙을 만들고 선뜻 답하지 못하는 빈 구멍이 나타날 때마다 박장대소한다. 어른들이 피해 가야 할 실수나 실패로 여길만한 어떤 사태를 아이들은 유희처럼 생각하며 논다. 자전거를 타듯 사유를 가지고 노는 아이의 욕망을 허하라. 차이 안에서 또다시 발견되는 무한한 차이! 새로움을 변이하는 능력이 사고력이다. 스스로 구성한 맥락이 사고력적 논리다. 지숲에서 아이들은 언어의 레고를 쌓는다. 초점은 단일하게 주어지지만 초점에서 파생되는 에세이는 그들만의 작품이자 창조물. 지숲에서 아이들은 수업과 공부를 소비하지 않고 생산한다. 그것을 ‘체험’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아홉 살짜리가 ‘아씨방 일곱 동무’를 읽고 바느질을 한다. 가지고 놀 무언가를 만든다. ‘루이 브라이’를 읽고 점자를 새겨본다. 점자로 친구에게 간단한 메모를 보낸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층 버튼을 말끄러미 보던 아이가 점자를 만진다. 열세 살, 연어는 ‘맛있다’던 아이가 안도현 아저씨의 ‘연어’를 읽는다. 연어가 인간에게 싱싱한 회이기 이전에 폭포를 거슬러 올라야 하는 숙명과 존재 의미를 품고 태어난 생태계의 일원임을 확인한다. 눈 맑은 연어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가 있다면 내가 발견한 ‘상처’는 무엇인가. 그 상처는 왜 그토록 아름답게 빛나는가. 사건 이면에는 언제나 의미가 있다. 내가 태어난 일이 축복이자 선물이라면 앞으로 내가 발견해가야 할 나의 존재 의미는 어떤 것일까. 나의 존재 의미는 나로 그치는 것일까. 아니면 내게서 시작해 너로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것일까. 지숲의 프로그램은 전방위적 활동이자 체험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활동은 문자로 기록되고 에세이로 남는다. 나의 언어의 한계가 곧 내 사유의 한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반만 옳다. 하나의 언어가 아이의 에세이에 출현할 때 아이는 하나의 세계를 발견하고 있다. 하나의 세계를 자신 안에 출현시키고 있다. 한 개의 낱말이 곧 하나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지숲에서 아이들은 매주 매 차시 한 언어에서 새로운 의미를 끌어올리고 있다. 내 영혼은 너무나도 넓고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며 느껴지는 그런 감정. 예전에는 천재만 하던 걸 요즘엔 아무나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과학자의 마음처럼, 공활한 논밭을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처럼. 언제나 새로운 것을 알 때마다 느껴진다. 내 가슴이 용광로보다, 1조 개의 수소 폭탄이 터지는 듯한, 500광년 안에 터지면 끝장나는 초신성이 내는 에너지의 열보다 더 뜨거워진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날 때처럼. 내 영혼은 (신이 있다는 가정과 조건하에) 신에게 빅뱅이 일어났을 때의 마음. 핵융합을 성공시킨 과학자의 마음처럼, 아마 하나의 밝게 빛나는 별의 마음처럼. 마그마의 온도와 같은 (원래 계산할 수 없지만) 기분이 느껴진다. 내 영혼이 자유를 약속받고 지르는 괴성에 묻혀있는 기분이다. 초코하임을 허락받은 아이의 얼굴처럼. 내 영혼은 별 하나하나의 마음. 돈과 관련된 거의 모든 유대인의 관점처럼. 삼국지에 등장하는 최고의 지략가 제갈량과 사마의처럼. 그곳은 감정이나 자비 따위는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붙은 무좀균의 눈곱만큼도 없는 세계이다. 그것은 어떠한 영혼이 천상에 가거나, 타르타로스에 떨어지는 것을 판단하는 심판관 미노스. - 내 영혼의 상징, 문00(초6년) 성경은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전한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말씀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나님이었다. - 요한복음 1장 1절’ 한때 언어는 ‘마법’이었다. 앞으로도 언어는 마법일 것이다. 무게도 없는 것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 소식을 전한다. 과거를 소환하고 미래를 그려보게 한다. 나와 소통하고 남과 협력하게 한다. 게다가 하나의 언어는 다른 언어를 줄줄이 끌어오는 열려라 참깨, 사유의 낚시 바늘이다. “엄마” 하면 엄마에 관한 지각, 인식된 풍경이 올라온다. 게다가 ‘엄마’라는 낱말 하나가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을 담고 있다! 지숲의 아이들은 마법을 부린다. 언어, 한계 없는 사유를 언어로 잡아 화면과 종이에 기록하며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언어로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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