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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숲스토리 시즌2 Vol.20 차이의 발견, 비교의 문을 열고 슬며시 미끄러져 들어가 본다. 호기심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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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숲
작성일
23-06-1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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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음을 찾는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비교’의 의미에 딴지를 걸며 우리의 수업은 본격적인 막을 열었다. 첫 번째 도전 과제는 아이들이 ‘탈것’이라 명명한 로켓과 열기구 잠수함 비교! 이쯤이야 누워서 핸드폰 하기라도 하듯 비교의 기준이 되는 ‘차원’을 정해 빠른 속도로 다 함께 정리해 간다. “로켓은 원통형 주사기 모양, 열기구는 풍선 모양, 잠수함은 유선형, 다 같은 탈것이지만 모양 차원이 달라.” “그런데 왜 다들 모양이 다른 거야?” “가는 곳이 달라서 그런 것 같아. 로켓은 대기권을 벗어나려면 뾰족해야 해. 공기를 타고 붕붕 떠야 하는 열기구는 씨앗 모양이고 잠수함은 물을 헤치고 나아가려니 고래 모양이 된 걸 거야.” “크기 차원도 다른데! 잠수함이 제일 크고 로켓, 열기구 순서로 작아져.” “그러면 태우는 사람의 수 차원도 잠수함 로켓 열기구 순서겠네” “아닐 걸? 우주로 날아가려면 로켓은 사람을 적게 태울수록 유리하지 않아?”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구상에서 추상으로! 사물들을 두루 비교하는 열 한 살 아이들의 사유는 논리적이다. 존재의 목적과 의미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개별적이고 심층적이다. 이쯤에서 자! 선생님의 사유 선물을 받아랏! “여기, 같은 시기를 살았던 두 화가 잭슨 폴록과 몬드리안의 그림이 있어. 시간 차원에서 둘 중 어떤 작품이 미래이고 어떤 작품이 과거를 그린 것일까. 장소 차원에서 어떤 작품이 도시이고 시골일까?” 한층 심오해진 질문에 아이들의 눈이 반짝한다. “잭슨 폴록의 그림이 미래예요. 미래는 아무래도 환경이 오염돼서 탁하고 어지러울 것 같아요.” “우린 어떻게 해도 미래를 정확하게 알 수 없잖아요. 그런 미래를 마구마구 꼬인 선들로 나타낸 게 아닐까요?” “잭슨 폴록 그림은 흰색 갈색 검정 물감이 여러 겹 겹쳐 있어서 입체적으로 보여요. 복잡한 우주의 시간을 나타낸 미래 그림이에요.” “선생님 저도 문제 내봐도 돼요? 어떤 작품이 마음이고 생각일까요?” 아이들의 사유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폴록의 액션페인팅처럼 급회전한다. 정원이는 노랑빨강파랑 세 색으로 네모반듯하게 칠해진 몬드리안의 그림이 바로 생각의 정체란다. 생각은 질서를 주고, 모르던 것을 알게 하는 어마어마한 저력이 있으니까. 반대파 의견도 만만치 않다. 생각은 자주 엉키고 잊히며 오해되기에 잭슨 폴록의 어지러운 그림이란다. 언어로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으로 전해지는 감정을 구분해 제안한 승연의 아이디어는 팀의 토론에 불을 붙이기에 충분했다. 열띤 의견들에 어디 답이 있으랴. 우리가 발견하려는 것은 각각의 그림에서 유일무이하게 낚아낸 팔딱이는 사유인 것을. 이성적 관찰과 관계적 관찰 4학년이 되면 학교 교과서에는 이성적 관찰을 요구하는 개념어와 추상어가 유령처럼 출몰해 아이들의 머리를 꾹꾹 누른다. 이성적 관찰은 ‘차이를 척도화한 관찰’이다. 너비와 거리, 부피 무게 밝기 속도 등 일정한 기준(차원)을 정하고 도량형을 통일해 관찰하는 과학적 방법이 이성적 관찰이다. ‘크고 둥근 원’대신 ‘지름이 1m인 원’이라고 말하게 된 후 시대는 얼마나 깜찍하게 놀라워졌던가. 이성적 관찰의 방법을 통해 인간계에는 완벽한 소통과 복제의 시대가 열렸다. 언제 어디서든 관찰과 기록을 통해 알아낸 사실을 그대로 타인에게 옮길 수 있게 된 마법의 세계! 그러나 개별적 차이와 감성은 제거된 서운한 동일성의 세계. 지숲의 아이들은 이성적 관찰의 대상으로만 사물을 바라보지 않는다. 비슷한 범주 안에 나란히 놓인 두 사물 혹은 멀리 떨어져 닮음이라곤 1도 없을 것만 같은 사물이 상투성을 내려놓은 아이들의 상상과 만난다. 대상 사이에 은폐되었던 뜻밖의 차이와 닮음이 탄생한다. 과학적 사유의 방법이 이성적 관찰이라면 관계적 관찰이라 부르는 지숲의 관찰법은 독창적이며 주체적인 관찰, 예술의 눈으로 살피는 관찰이다. ‘은유는 천재의 징후’라 말했던 아리스토텔레스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얘들아, 너희는 하늘이 내린 사유의 천재들이다. 쌓기 놀이를 할 수 있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띠지 않는다. 자신을 내어주고 희생하니 엄마와 닮았다. 새로 시작할 수 있게 한다. 때를 묻히고 다는 게 일이다. 부럽당~ 더러워질수록 칭찬 받는다. 이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찾은 지우개와 걸레의 공통점이다. 비슷한 것들에서 차이 찾기! 차이 나는 것들로 범주 만들어보기! 지숲의 비교 수업이 무르익어갈수록 아이들은 시인이 된다. 반 고흐가 그린 ‘신발’에서 얻은 감동을 ‘신발의 무게 속에는 거칠게 부는 바람 사이로 계속해서 뻗은 밭고랑을 통과해 나아가는 느릿느릿한 걸음걸이의 끈질김이 차곡차곡 채워져 있다.’고 표현한 하이데거처럼 발레리나의 토슈즈 사진에서 너희는 가볍게 날아오르기 위해 수천 번 추락했을 발바닥의 아픔을 떠올린다. 바닥이 닳아 반들반들해진 토슈즈 밑창에서 꿈에게 내어줬을 발레리나의 시간들을 떠올린다. 오른쪽과 왼쪽으로 꼰 두 발에서, 이제 막 무대 밖으로 향할 벅찬 가슴과 긴장을 발견한다. 세상에는 늘 사람이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는 것을, 진정으로 귀중한 것은 생각하고 보는 것이지 속도가 아님을 열한 살, 고학년 초입에 이른 너희들은 안다. 교사인 나도 함께 배운다. 27ce83a54bdb939284132ce42c2374d2_1686976490_075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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