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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숲스토리 시즌2 Vol.27 그대, 로미오와 줄리엣의 눈을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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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혜의숲
작성일
23-11-2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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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로미오와 줄리엣의 눈을 가졌는가? 5월, 교실의 창문은 맑고 투명한 초록 그림자들이 일렁거리고 있다. 저 싱그러운 봄날의 햇살이 참 좋다. 저 여리고 보드라운 초록 이파리들의 소란스러움이 참 좋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저건 그저 창밖의 풍경으로 남아 있지 않으리. 이제 곧 진짜 오월이 몰려온다. “우당탕, 까르르, 쌔애앰~~~” 토요일 오전이다. 나의 학생들은 이제 제법 중학생티가 나기 시작한다. 엉성하게 큰 교복을 입고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아직 초딩의 물이 빠지지 못한 아이들을 보며 어쩐지 웃음이 나오곤 했었는데 어느새 학교생활에 꽤 익숙해진 모양이다. 중학생티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다.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또 같은 중학교에 입학하는 바람에 여전히 4총사로 몰려다니는 민주, 유진, 하은, 세빈은 웃음이 많아졌다. 도대체 그게 왜 웃을 일인지도 모르겠는데 아무 말에나 ‘까르르, 쿡쿡’거린다. 낙엽이 구르는 것만 봐도 웃는 게 소녀들이라더니, 어색해도 웃고, 생각하다가도 웃고, 자기가 말해놓고도 웃는다. 그 웃음 때문에 나의 차분한 수업 진행은 늘 물 건너가곤 한다. 같은 수학학원에 다니는 지아와 예림이는 교실에 “아, 짜증나요, 쌤” 이라는 인사말로 등장한다. 초등 시절 내내 순둥순둥했던 우리 모범생들을 매일 짜증나게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반면 동선, 승우, 세민, 이 남학생들은 정말 나를 뒤돌아서 피식 웃게 만든다. 요즘 보니 언제 저렇게 다리가 길어졌나 싶을 만큼 키가 훌쩍 자랐는데 키가 크느라고 몸은 삐쩍 말라 바람만 불면 훅 날아갈 것 같은 왜소한 녀석들이다. 그런데도 웬 무게들을 그렇게 잡는지. 얼굴에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침묵으로 똥폼을 잡고 앉아 있다. 동선이는 작년 가을에만 해도 학교 버스를 놓치고 엄마한테 혼났다고 나를 붙들고 울먹거리던 아이다. 수업보다도 장난치는 재미로 지숲에 오던 세민이도, 맨날 칠판에 비둘기 그림을 그려놓던 승우도 왜 이제 말을 하지 않은 것일까? 짜식들. 사춘기, 그렇다. 아이들에게 찬란한 그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웃거나 짜증 내거나 침묵하거나, 이런 것들이 바로 질풍노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혜의숲 중등 렛잇비 수업은 질풍노도가 빚어내는 천 개의 풍경이 있는 곳이다. 렛잇비(Let it be), 그대로 두어라! 5월 첫 수업은 통합독서 수업이다. 맛있게 읽어주마, <로미오와 줄리엣>! 우리가 처음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다. “오, 로미오, 로미오, 왜 그대는 로미오인가요? 아버지를 부인하고 그대 이름 거부해요. 그렇게 못 한다면 애인이란 맹세만 하세요. 그럼 난 더 이상 캐플렛이 아니에요.” -<로미오와 줄리엣/민음사> 2막 2장 중에서 이런 발칙한 사랑 고백이 있나? 부모와 가족을 저버리고 사랑을 한다고? 모든 어른들의 뒷목을 잡게 할 이 고백의 주인공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들로 수업을 하자면 <햄릿>을 비롯하여 훨씬 더 무게감 있는 작품들이 많다. 그럼에도 우리의 첫 수업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부모가 반대하는 사랑을 감행하다 그 열정에 못 이겨 스스로 죽어버리는 이 무모한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비록 교훈적이지 못할지라도 어쩔 수 없다. 지금은 5월이고, 나의 학생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나이인 것을. 몇백 년의 시간이 흘러도 십대들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을. 이 작품을 읽고 나면 지금 너희가 왜 그런 질풍노도의 웃음과 짜증과 삐딱함으로 범벅되어 있는지, 우리의 마음이 왜 그런지 해답이 있지 않을까? 지혜의숲 사고력독서 수업에 주로 고전 텍스트가 많은 이유는 시대를 초월해 공감과 사랑을 받는 작품들이야말로 인간의 내면과 인생, 그리고 세상사의 압축파일이기 때문이다. 교과서식 개념어와 공식으로는 결코 체험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이해, 나에 대한 이해를 하게 하는 인문학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고전 읽기를 대개는 싫어한다. 웹툰과 웹소설의 스팩타클하고 짜릿한 스토리 전개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는 이 옛이야기의 스토리는 느리고 진부하다. 게다가 옛사람들의 교양을 따라가기엔 너무나 난해한 문장이라니. “아~ 쌤!(아이들은 불만을 이야기할 때는 늘 길게 늘어 뺀 ‘아~’라는 감탄사로 시작 한다.) 옛날 사람들은 다 이렇게 똑똑했던 거에요? 르네상스 시대니까 평민들도 봤 던 연극일 것 아니에요. 무슨 대사가 이렇게 어려워요. 이걸 다 이해하고 듣는다고 요?” “아~ 그니까, 어쨌다는거예요? 애들 둘 다 다 죽은거예요? 왜요?” 이럴 수 가! 맛있게 읽어주기까지는 기대도 안 했다만 이 순수하고도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에 이렇게까지 화를 내다니, 아무튼 인내하며 읽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성난 아이들을 달래며 ‘스토리텔링 이어가기’를 시작한다. ‘스토리텔링 이어가기’는 꽤 긴 분량의 장편을 읽다가 맥락을 놓쳐 버려서 읽기를 마침내 포기해버린 아이들을 위해 내가 궁여지책으로 만들어낸 놀이이다. 물론 지혜의숲 사고력독서 수업은 줄거리 파악이나 작품 해설 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내용을 알아서 뭐 하겠는가, 오늘날 텔레비전 드라마에 수도 없이 반복 재생되는 그렇고 그런 인간사인 것을. 하지만 책을 읽은 인고의 시간에 대해서는 칭찬해줄 필요가 있다. 사실 요즘의 아이들에게 독서란 큰맘 먹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일이 아닌가. 그러니 자랑도 좀 해야지. 놀이의 방식은 간단하다. 순서를 정해 한 사람씩 자기가 하고 싶은 만큼 스토리를 말하고 다음 친구에게 넘기면 된다. 단, 다음 친구에 대한 애정만큼 말하기이다. 앞에서 한 줄씩만 말하면 맨 마지막 친구는 독박을 써야 한다. 어쨌거나 이렇게 하다 보면 살짝 덜 읽은 친구도 티 안 내고 넘어갈 수 있고 또 팀마다 한 명쯤은 있는 독서왕이 알아서 다 이야기 해주기 때문에 얼추 스토리가 완성된다. 물론 간혹 1번이나 2번을 맡은 아이가 아주 엉뚱한 맥락으로 시작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로 끝이 난다는 맹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한바탕 큰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에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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