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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째 이어져 온 서울대 특별한 글쓰기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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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혜의숲
작성일
24-07-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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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쓰기 수업은 한바탕 글 놀이판이다.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좌를 17년째 이끌어오고 있는 이상원 교수는 글쓰기 수업을 한바탕 글 놀이판이라고 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왜냐고? 열성을 다해 내 글을 쓰고, 친구들의 글을 진지하게 평하고,

 울고 웃고 감동하며 다함께 성장하는 것 등이 놀이판의 모습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글쓰기 수업은 재미있어야 한다. 학생들을 위해서도, 선생을 위해서도 그렇다. 재미의 필수요소 중 하나는 우연성 혹은 즉흥성이다. 우리의 글쓰기 수업 시간은 글쓴이와 독자들이 만나는 기회이다. 질의 응답으로 채워지는 이 시간은 각본도 연습도 없는, 그야말로 생방송 즉석 공연이라 할 만하다."


이 교수는 글 놀이판에 중요한 것 5가지를 말한다.

1) 다양한 사람 

2) 서로와 세상에 대한 관심

3)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드러내는 솔직함과 용기

4) 성실함

5) 적정한 공부 공간

이어서 글 놀이판에 없는 것 5가지도 말한다.

1) 선생의 원맨쇼 강의

2) 유일한 글쓰기 정답(첨삭)

3) 선생다운 선생

4) 시험과 상대평가

5) 글의 내용과 형식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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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입구 전경 ©서울대 홈페이지

2. 정말, 글쓰기 수업이 한바탕 글 놀이판이 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나의 답은 가능하다이다. 아니, 격하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 내가 매일 현장에서 보고 듣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그 풍경은 내가 글쓰기 수업에서 매일 만나는 우리 아이들이다. 이건, 재미있는 이야기여서 공개하고 싶다.^^ 나에게 사고력 글쓰기 수업을 보내는 학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이나 습관을 제지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너 그런식으로 하면 지혜의 숲 수업 끊어버릴거야!!” 나도 처음엔 이 말을 듣고 정말? 사실일까? 싶었는데 자주 듣고 경험하다 보니 이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마치, 이 말은 너 게임 못하게 할거야.”, “너 핸드폰 압수야.”, “너 이번 주말에 못 놀아.” 라는 말과 거의 동급의 무게감을 갖는 말이다. 결국, 나와 사고력 글쓰기 수업을 하는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글을 쓰고, 발표하며 피드백하는 일을 학습이 아닌 주체적이고 즐거운 놀이라고 생각하는 셈이다.

왜 아니겠는가? 인간 삶의 본질을 놀이에서 찾아내고 놀이의 회복을 주창한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文化史學者) 요한 호이징아의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의 부제는 이러하다. ‘진지함의 세계에서 놀이의 세계로 인생은 놀이처럼 영위되어야 한다사고를 확장하고 글을 쓰는 일은 중요하고도 진지한 일인가? 그렇다! 그렇다면 이 얼마나 기발하고 놀라운 현상인가? ‘진지하고 중요한 일을 놀이처럼 즐겁게 할 수 있다니이상원 교수는 이 사실을 잘 아는 분임이 분명하다. 나도 그의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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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놀이같은 글쓰기?! ©Freepic

3.서울대 글쓰기 수업은 어떻게 진행될까?

25, 한 강좌 당 수강인원, 75, 학생들이 매 주 읽어야 하는 동료의 글과 읽은 글에 답글 피드백을 달아야 하는 글의 양이다. 한 학기, 석달 보름, 자신의 글을 쓰고, 동료의 글을 읽고,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한 학기 동안 글쓰기 실력이 눈부시게 향상하진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글을 어떻게 읽고 쓸 것인지 기본기는 충분히 갖추게 된다고 이상원 교수는 말한다. 수업 형식도 파격적이다. 다른 글쓰기 수업과는 다르게 강의시험이 없다. ‘첨삭이 없는 건 두말할 필요 없다. 그럼, 학점은? 성실도와 참여도를 종합하여 평가한다.

이 수업에서 쓰는 글은 따로 형식이 없는 자유로운 에세이다. 첫 주제인 나를 소개하는 글을 포함해 감상 에세이(, 영화, 공연, 음악, 여행 등)’, ‘주제 에세이(원하는 주제 선정 후 자료나 문헌을 참고해 생각을 정리하고 독자를 설득하는 글)등이 뒤를 잇는다.

사실 글들의 명칭은 다르지만 경계가 명확하게 나눠진 것은 아니다. 그 때문에 정체가 모호한 글을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인 학생들은 고민에 빠진다. 그렇지만 글을 쓰는 데 있어 자기 결정권을 누릴 수 있고, 다채로운 글들이 생산되어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맞다, 내가 주인공 되기, 나의 이야기 쓰기, 창작의 기쁨 누리기(작가 되기), 기쁨을 함께 나누고 누리기, 함께 조금씩 더 나아지기, 지혜의 숲이 아이들을 만나 글쓰기 수업을 하는 핵심 요소들이다. 이 실천을 위해 지난 21년간, 팀수업을 하고 에세이 글을 쓰고, 발표하고 서로 칭찬하며 피드백하는 기쁨을 아이들과 나누고 있다.

글쓰기 이전과 글을 쓰는 순간과 글을 쓴 이후, 모든 순간이 누려야 할 삶의 소중한 시간이다.

Ita vitae : 이것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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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없는 다채로운 글쓰기의 즐거움 ©Freepic

4.학생들은 글쓰기 수업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가?

학생 대부분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글쓰기 과제의 압박을 받고, 지긋지긋한 입시 논술 경험도 남아있는 상태잖아요. 글쓰기는 재미없고, 힘든 일이라는 생각부터 바꿔야 했어요. 수업 과정을 만들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글쓰기 기법이나 이론은 책이나 온라인에서 얼마든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강의실에서 이런 내용을 전달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어요.

 

특히 글쓰기는 아무리 설명해도 직접 써보지 않고는 깨달을 수 없고,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경험은 혼자서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함께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죠. 어차피 글쓰기는 평생 갈고 닦아야 하는 능력이니, 대학 글쓰기 강좌는 그 과정에 즐겁게 발을 내딛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상원 교수가 전해주는 서울대 글쓰기 풍경은 한편으로 씁쓸한 이야기이다.

대학생이면 이미 성인이 된 셈이고, 앞으로 살아갈 날을 위한 기본 교육과정(K12)을 마친 상태이다. 학생들의 정서와 인지발달 단계로 보아서도 에너지 넘치고, 섬세하고, 감성 넘치는 청소년 시기를 이미 보낸 후이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에서 서울대라면 내노라 하는 수재들이 모여드는 곳이 아닌가?

프랑스의 대학진학을 위한 시험인 바칼로레아 이야기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나라의 학생들은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글쓰기’, ‘기쁨과 행복을 맛보는 글쓰기’, ‘나를 발견/치유해주는 글쓰기’, ‘세상과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글쓰기를 경험하지 못한 채 학생시절을 보내고 대학생, 성인이 되어간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늦은 희망이기도 하다. 서울대 학생들을 포함한 많은 대학의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라도 글쓰기의 힘과 맛을 경험하여 평생의 자산으로 축적해갈 수 있는 계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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