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 에세이]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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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지혜의숲
- 작성일
- 23-05-0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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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에세이 흐르는 강물처럼 / 유하 그대와 나 오랫동안 늦은 밤의 목소리로 혼자 있음에 대해 이야기해왔네 홀로 걸어가는 길의 쓸쓸한 행복과 아무에게도 다가가지 않고 오직 자기 내부로의 산책으로 충분히 깊어지는 나무 그늘의 향기, 그대가 바라보던 저녁 강물처럼 추억과 사색이 한몸을 이루며 흘러가는 풍경들을 서로에게 들려주곤 했었네 그러나 이제 그만 그 이야기들은 기억의 저편으로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네 어느날인가 그대가 한 사람과의 만남을 비로소 둘이 걷는 길의 잔잔한 떨림을 그 처음으로 내게 말해주었을 때 나는 다른 기쁨을 가졌지 혼자서 흐르던 그대 마음의 강물이 또 다른 한줄기의 강물을 만나 더욱 깊은 심연을 이루리라 생각했기에, 지금 그대 곁에 선 한 사람이 봄날처럼 아름다운 건 그대가 혼자 서 있는 나무의 깊이를 알기 때문이라네 그래, 나무는 나무를 바라보는 힘만으로 생명의 산소를 만들고 서로의 잎새를 키운다네 친구여, 그대가 혼자 걸었던 날의 흐르는 강물을 부디 잊지 말길 바라네 서로를 주장하지도 다투지도 않으면서, 마침내 그대도 그대와 그대가 사랑하는 사랑의 마음이 하나로 스며드는 곳에서 삶의 심연을 얻을 거라 믿고 있네 그렇게 한 인생의 바다에 당도하리라 나는 믿고 있네 시 코멘트 강은 항상 동시에 있다. 근원에서나, 강어귀에서나, 폭포에서나, 나루에서나, 여울에서나, 바다에서나, 산에서나 강은 항상 동시에 있다. 강에는 현재만 있을 뿐이고 과거라는 그림자도 미래라는 그림자도 없다.-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강은 모든 것들에게 삶의 기회를 주는 생명의 강입니다. 모든 차이가 만나 새로운 다양성을 창조하는 변화의 공간입니다. 강은 머물지 않습니다. 모두가 함께 흘러 변화합니다. 흐르는 속도가 서로 달라도 뒤서거니 앞서거니 함께 나아갑니다. 강물의 힘을 빌어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고, 모든 생명의 젓이 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모든 것을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자는 것이 아닙니다. 흐르는 강물은 수많은 강물을 만납니다. 작은 강물, 큰 강물 끊임없이 모이고 만나고 또 하늘로 날아가고 땅속으로 스미고 마시고 몸속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수많은 차이가 만나는 공간이 바로 강입니다. 그 만남은 ‘둘이 걷는 길의 잔잔한 떨림’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 떨림으로 이 세상에 한 번도 없었던 일들이 벌어집니다. 내 마음속에 처음인 감정과 느낌, 사유들이 시작됩니다. 새로운 창조는, 그리고 변화는 바로 강 같은 만남에서 시작됩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 내가 다가가는 모든 것들과의 ‘강 같은 만남’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선의 만남, 사유의 만남, 몸의 만남, 마음의 만남, 감각의 만남, 물건과의 만남, 사람의 만남, 즐거움과 쾌락의 만남, 불편한 만남, 뜨거운 만남, 잔잔한 만남 등 우리는 끊겨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기에 수많은 인연이 강처럼 나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부디 행복한 만남, 신선한 만남, 창조적인 만남으로 가득하시길. 그러나 잊지 마세요. 저 아름다운 것을 보기 위해서는 내가 만나는 모든 것들과 내가 공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무는 나무를 바라보는 힘만으로 생명의 산소를 만들고 서로의 잎새를 키운다네 ’ 몸과 몸의 공간, 마음과 마음의 공간, 악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은 바로 내 시선이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입니다. 내가 손을 내밀 수 있는 자유의 공간입니다. 수천 년 동안 그대를 만나기 위해 준비해온 그가, 그녀가 오늘 그대를 찾아옵니다. 마치 흐르는 별빛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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