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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에세이] 익숙해 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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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혜의숲
작성일
23-06-0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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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에세이 익숙해 진다는 것 고운기 오래된 내 바지는 내 엉덩이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칫솔은 내 입안을 잘 알고 있다오래된 내 구두는 내 발가락을 잘 알고 있다오래된 내 빗은 내 머리카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귀가길은 내 발자국 소리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아내는 내 숨소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바지도 칫솔도 구두도 빗도 익숙해지다 바꾼다 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익숙해지다 멈춘다 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 나를 맡기고 산다. 시 코멘트 나에게 오래된 것들, 친구(親舊)들이다. 바지와 엉덩이는 친구다. 나의 의자와 엉덩이는 오래된 친구다. 그것들은 익숙한 관계다. 편안한 관계다. 오랜 시간 반복되었다. 그것들은 거리가 가깝다. 아니 아예 거리가 없기도 하다. 어렵지 않는 관계다. 그래서 익숙함, 편안함, 가까움, 반복됨, 당연함, 어렵지 않고 쉬움, 예상할 수 있음, 기억, 습관 등은 같은 영토에 사는 낱말들이다. 나의 친구들이 나의 세계를 이룬다. 익숙한 것은 하기 쉽다. 걷는 것, 숨 쉬는 것, 보는 것, 듣는 것은 쉽다. 생각을 깊게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 몸이 자동으로 한다. 우리들의 몸은 이미 자동기계다. 그러나 익숙한 것은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 있다. 아이가 걷기위해서 얼마나 많은 넘어짐을 경험하는가. 숨쉬기위해서 인간의 몸은 얼마나 많은 근육과 장기들이 협력해야만 하는가. 보기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망막의 세포들이 움직여야만 하는가. 익숙한 것에는 수많은 시간과 경험, 그리고 반복된 실천이 기록되어 있다. 익숙한 것에는 많은 힘이 들어있다. 그러므로 익숙한 것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익숙한 만큼, 그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익숙한 것은 사람들을 보수적으로 만든다. 반복하게 하고, 그것에 사로잡히고, 머물게 하며, 당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사람은 규칙적으로, 반복적으로, 기계적으로,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다. 진정한 교사의 눈은 아이들의 익숙하게 하는 행위, 익숙하게 하는 사고를 발견하는 것이다. 낡은 교사들은 아이들이 알지 못하는 것, 익숙하지 못한 행동, 익숙하지 못한 사고에 관심을 갖는다. 이것은 새로운 경험, 새로운 세계를 향한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익숙해진 것은 내가 이룬 것들이다. 익숙해진 나의 습관, 익숙해진 나의 물건들, 익숙해진 관계, 익숙해진 나의 눈, 익숙해진 나의 소리들은 자칫 나의 사유속에서 멀어지기 쉽다. 무감각해지기 쉽다. 눈은 늘 낯선 것을 향한다. 새로운 것을 탐하는 감각의 욕망 때문이다. 익숙해지는 것의 결정적 함정은 형식만 남는 것이다. 내용은 사라지고, 의미는 퇴색되고 뼈대만 남는 것. 단물을 다 빨아먹은 껌처럼 딱딱해지는 것. 가족은 얼마나 익숙한 관계인가? 엄마는 얼마나 익숙한 존재인가? 익숙해지는 것이 곧 길들어지지 않을 때, 끊임없이 새로운 물을 솟아나는 샘물이 된다. 익숙해지는 것의 또 다른 갈림길은 새로운 것과의 대립이다. 이것은 마치 과거와 미래 사이의 갈등과 같다. 익숙해진 것은 과거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익숙해진 것은, 그러므로 ‘기억의 섬’이다. 나에게 기억된 것들, 나에게 각인된 것들, 나를 사로잡고 있는 것들이 바로 익숙한 것들이다. 자!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기억은 무엇을 고집하는가? 무엇을 딛고 나아갈 것인가? 그렇다. 익숙해진 것들은 내가 딛고 나아가야할 대지와 같다. 익숙해진 것들을 성찰하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허우적 거리거나 아니면 단지 머릿속에서만 둥둥 떠다닐 것이다. 익숙해진 것들, 친구들이다. 나는 그것들 속에, 그것들과 함께, 그것들의 국가와 영토속에서 살고 있다. 나는 단단한 그것들을 딛고 부드럽게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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