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숲스토리 시즌1 Vol.8 너희가 만남노트를 아느냐? 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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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지혜의숲
- 작성일
- 22-11-1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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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만남노트를 아느냐? Part1
나는 세상을 바라 본다. 그 안에는 태양이 비치고 있고 그 안에는 별들이 빛나며 그 안에는 돌들이 놓여져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식물들이 생기 있게 자라고 있고 동물들이 사이좋게 거닐고 있고 바로 그 안에 인간이 생명을 갖고 살고 있다. 나는 영혼을 바라 본다. 그 안에는 신의 정신이 빛나고 있다. 그것은 태양과 영혼의 빛 속에서. 세상 공간에서. 저기 저 바깥에도 그리고 영혼 깊은 곳 내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 신의 정신이 나를 향할 수 있기를.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힘과 축복이 나의 깊은 내부에서 자라나기를.- 루돌프 슈타이너 ‘나는 세상을 바라본다.’
아이들이 애정하는 만남 노트 1호 표지는 마티스의 작품에 영감을 얻은 바다의 물풀 이미지와 슈타이너의 시가 일렁인다. 만남노 트는 지숲이 제작한 10종의 에세이노트의 이름이며 사유의 기록물이다. 만남 노트를 통해 아이들은 마음과 생각을 만나고 책속 인물들을 만난다. ‘그땐 그랬지’ 기억을 소환해 과거의 나를 만나기도 한다. 훗날 내가 어떤 의젓한 포지션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먼 미래를 상상한다. 만남 노트 안에서 아이들은 시공을 초월한다. 물리적 시간을 떠나 자유롭게 유영하는 존재가 인간임을 안다. 궁금하다. 동물들도 생각을 할까? 졸린 눈 게슴츠레 뜨고서 “집사야, 왜 밥을 주지 않니? 오늘도 침대와 한 몸이 됐구나.” 파르르 흔들리는 수염 사이로 콧구멍 찡긋하는 건 고양이가 생각한다는 증거일까? 녀석도 한동안 만날 때마다 움찔움찔했던 이웃집 개의 안부를 종종 궁금해 할까?
생각이란, 사유란 무엇일까? 자국의 군국주의 비판으로도 알려진 일본의 지식인이자 저술가 우치다 타츠루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발견합니다. 글을 써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쓸 수 있는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쓰기는 머릿속에 미리 준비해둔 원고가 자동빵으로 프린트 아웃 되어 나오는 과정이 아니다. 도리어 연필을 쥐고 써내려 가는 동안 내가 어디까지 생각할 수 있는지, 얼마큼 생각이 가능한지 발견하게 된다. 나도 몰랐던 나의 발견이다.
매주 수업 날 아이들이 사유의 모험을 위해 챙겨오는 만남 노트는 2021년부터 운영 중인 ‘13번째 지숲 에세이카페’ 프로젝트와 같은 고민의 산물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수업이 아쉽다. 수업 이전과 이후까지 사유의 지속성을 유지 시킬 방법은 무얼까? 수업이 아닌 수업 밖에서 매일 사유를 만나게 할 방법은 없을까? 지숲 수료 후에도 계속 만날 수 없을까? ‘13번째 지숲 에세이카페’ 는 만남노트의 온라인 버전인 것이다.
만남노트에는 프로그램에 따라 천개의 질문 카드도 운영한다. ‘손가락은 왜 다섯 개인가?’ ‘왜 엄마를 엄마라고 불러야만 할까?’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활하면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사유의 불꽃을 타오르게 하는 질문들을 매주 만남노트에 실어 아이에게 보냈다.
나 : 질문에 대답해줘. 지혜의숲 과제야. 왜 엄마를 엄마라고 불러야만 할까?
동생 : …….
찬우 : 그럼 엄마를 아빠라고 부르냐?
아빠 : 이참에 어머니라고 한 번 해봐.
엄마 : 사람들끼리 그렇게 부르기로 약속해서가 아닐까.
미용실 누나 : 업어주고 맘마를 주는 사람 엄마. 아껴주는 아빠.
이모 : 프랑스어로는 마망(maman)인데.
나 : 그러면 꼭 엄마라고 불러야할 까닭은 없는 거네? 꼭 그렇게 불러야 하는 이유는 없지만 이름이 없으면 구분할 수가 없다. 그니까 이름은 신분증이다. ‘엄마’하고 부르면 엄마의 모습과 느낌까지 떠오른다. 그니까 엄마라는 이름은 엄마를 내 속으로 데려오는 불씨 같은 거야. 엉? 근데 왜 이모는 이모인 거야? 이름은 처음에 누가 만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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