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숲스토리 시즌1 Vol.12 몬드리안 속에서 살다 > 교육 Insight

몬드리안 속에서 살다 사고력교육을 하는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여러가지 제약 속에서 우리의 고민은 한계가 있었다. 고민의 결과 색과 형태를 강의실로 데려오기로 했다. 명화를 배치해 질문과 호기심을, 교실마다 특유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이름을 붙여서 아이들의 사유와 감성을 자극했다. 벽을 파서 도구를 배치할 공간을 만들고 조도를 조절할 수 있는 다이얼을 설치했다. 빛이 어떻게 사물과 공간을 변형시키는지,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대단한 존재라 공간이나 조그만 소품이 달라질 때마다 새로운 차이를 느끼고 발견하고 물었다. 공간도 우리의 텍스트이고 학습도구였다. 첫 센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속에서 우리의 고민이 녹아있는 디자인이 나왔고 이것이 지금의 지숲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수미일관하게 공간의 사유화를 업그레이드해가는 과정이 보여야 한다. 어떤 식으로 차이를 내느냐 하는 고민들이 필요하다. 지혜의숲의 노랑은 까르르 웃음이다. 밝음과 명랑함, 퍼져나가는 쾌활함이자 관계에 대한 긍정이다. 지혜의숲의 빨강은 사랑이다. 서로를 향한 깊은 인정이며 배려이자 연대다. 지혜의숲의 파랑은 몰입이다. 지적인 호기심이자 세계가 나에게 내어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성찰이다. 색과 빛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중화요리 전문점의 자장면 그릇 안쪽 면이 붉은색인 까닭은 빨강이 식욕을 돋운다는 배경 지식이 유포됐기 때문이다. 치약 색이 흰 까닭은 흰빛이 주는 청결과 산뜻의 이미지가 우리 안에 스며있기 때문이다. 1940년 전운을 피해 뉴욕에 도착한 피에트 몬드리안이 수직과 수평, 노랑과 파랑, 빨강을 직교해 그린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는 여러모로 열정 충만한 우리의 정서를 대변하는 그림 같았다. 기하학적 순수와 절제 위에 덧입혀진 색(빛)의 에너지와 자유롭고 무궁무진한 변주! 우리는 몬드리안의 색을 공간에 데려오기로 했다. 분분한 조율을 통해 빨강, 노랑, 파랑을 합한 밝은색을 교실 벽마다 달리 입혔다. 공간의 개성이 선명해졌다. 인상주의와 상대성을 머리 아닌 가슴으로 ‘아하!’ 하기. 우리 이것을 함께 느껴보지 않을래? 웬 호들갑이냐고? 20~30년이 지난 2020년에는 이보다 울긋불긋 미적으로 잘 계산된 공간이 수두룩하다고? 그에 비하면 아이의 손자국과 운동화 발자국, 땟자국이 그대로 남은 공간은 이제 왠지 추레하지 않느냐고? 인정한다. 우리보다 더 호들갑스러울 수는 없다. 우리는 자칭타칭 과잉스럽다. 지혜의숲의 교사들은 의미 부여자, 의미 발견자들이다.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생성하는 일은 오직 사람이라 가능한 일,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건 아름다운 일이나 내게로 온 낯선 만남의 의미를 스스로 세우며 사는 삶은 더더욱 아름답다. “내 장미가 소중한 건 나와 장미가 함께한 시간 때문이야. 나는 내 장미에게 책임이 있어,” 센트럴파크 급 공원에서, 별 B-612에 두고 온 새침이 하늘을 찌르는 붉은 장미와 똑 닮은 장미가 지천으로 널린 모습에 펑펑 울던 어린 왕자가 다시 기운을 되찾은 건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한 의미를 물었기 때문이다. 나이 든 부모님이 흰머리 파뿌리 되도록 함께 살아가는 건 ‘사랑’보다 ‘의~리’가 때론 뿌리 깊은 정서임을 알기 때문이다. 가치와 의미를 입지 못한 시간들은 쌓이지 않고 흘러간다. 인간에게 똑같이 주어진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이라는 크로노스적 시간을 의식적이며 주관적인 카이로스적 시간들로 꾸리는 일은 낱낱의 대상에서 생각의 기회와 의미를 포착하려는 지혜의숲의 아집이자 고집이다. 교실 벽과 교실 이름, 벽에 걸린 그림과 입체 텍스트 한 점에도 우리는 의도를 새겼다. 색과 형태의 변화에 반응하는 아이들이 있어 오늘도 질문은 쌓이고 공간은 이야기로 특별해진다. 우리의 만남은 빨강, 만남이 촉발한 사유는 파랑, 사유가 발생시킨 웃음과 깨달음은 다시 샛노랑. 지혜의숲 부기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