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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숲스토리 시즌2 Vol.24 정답은 없다. 질문하고, 추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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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혜의숲
작성일
23-09-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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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없다. 질문하고, 추론하라.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E.H 카아) 왁자지껄 주장과 반론이 거듭되는 가운데 확실한 것은 우리는 어느 순간 동물에서 인간으로 분류되었다는 것. 인간으로 살기에 누릴 수 있는 것이 참 많다는 것. 역사는 분류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 동물로부터 인간이 분류된 순간, 세계로부터 한반도가 분류된 순간, 역사의 문이 열린다. 우리가 인간으로 분류되어 음악을 듣고, 시계를 보며, 사색도 하고, 요리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컴퓨터를 사용하고 게임과 유튜브 영상을 즐기게 되는 이 행복한 일들을 할 수 있게 된 결정적 사건은 과연 무엇일까? 결정적 순간은 언제일까? 너무나 까마득한 옛날이다. 어떤 기록도, 설명도 없이 뼈 한 조각을 남기고 사라져간 첫 인류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왜 그를 첫 인류라고 할까? 대답해줄 그는 없으나 우리에게 남겨준 위대한 유산,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 지금부터 상상해보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날의 순간을 재현해보자. 나의 살가죽은 꽃잎처럼 보드라우나 작열하는 태양과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기에는 너무 얇습니다. 나의 손톱은 과일 속살을 파낼 수는 있지만 메마른 흙을 파고 나무를 부러뜨리기에는 너무 약합니다. 나의 다리는 한 걸음 두 걸음 산책을 하며 걷기에는 좋으나 거친 산야를 달리기에는 너무 가늘고 쉽게 지칩니다. 나의 눈은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꿈을 꾸기에는 적당하지만 재빠른 독수리나 표범의 공격은 눈치채지 못합니다. 나의 코는 향기로운 꽃냄새에 취하지만 다가오는 맹수의 체취는 느끼지 못합니다. 휴~ 가여워라. 지금의 우리처럼 포유류의 한 종에 속한 연약한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달라진 것은 어느 날 두발걷기를 선택했다는 것!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높은 곳에 있는 나무 열매를 먹기 위해서 아닐까요?”, “물에 빠졌는데 헤엄을 못 쳐서 숨을 쉬려고 섰을 것 같아요.” “네발로 걷는 게 귀찮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다. 그것이 무엇이건 어떤 문제가 생겨 그것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두발걷기를 선택했을 거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장면들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아이들 말처럼 어쩌면 몹시 배가 고팠던 어느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맹수에게 쫓기던 절박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감히 오르지 못할 나무 아래서, 목까지 차오르는 차가운 계곡물에서,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젖 먹던 마지막 힘을 내어 ‘우뚝’ 일어서 버린 그 들. 두 발로 일어선 순간 그들의 눈에 무엇이 보였을까? ”누가 해볼 사람?“ 역사적 순간을 체험해볼 영광을 누릴 기회를 한 아이에게 주기로 한다. 이미 엉덩이가 의자에서 반쯤 떠 있던 원우가 시범 조교로 뽑혔다. 집에 계시는 엄마에게는 살짝 미안했지만, 교실 바닥을 양손과 무릎으로 기어보게 한다. 원우만 하기로 했는데 어느새 모두가 일어나 기고 있다. 책상과 의자는 이미 밀쳐지고 교실은 소란으로 가득해졌다. 한참 네발로 걷고 있는 원우를 뒤에서 불러 본다. ”원우야!“ 네발로 걷는 원우는 쉽게 뒤돌아보지 못하고 낑낑대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려 애쓸 뿐이다. 네발 걷기는 뒤를 돌아보기도, 위를 올려다보기도 할 수 없구나. 한 가지 체험했다. 네발로 걷고 있는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들, 하지만 너희는 인간이 아니구나. 그러니 우뚝 일어서 다오. 아이들을 일으켜 세운다. 일어선 아이들은 비로소 서로를 마주보고 웃는다. 첫 인류인 그들도 그랬겠지? 두발로 일어서자 하늘이 보였겠지? 네발로 걸을 때는 목이 아파 오랫동안 올려다 볼 수 없었던 하늘은 얼마나 파랬을까? 두발로 일어서자 아득한 지평선이 보였겠지? 끝을 알 수 없는 그 넓은 땅을 보며 가슴은 얼마나 설렜을까? 그것은 희망이었으리라. 휘청거리며 처음으로 마주한 가슴 벅찬 미래였으리라. ‘두발걷기’라는 말 속에는 첫 인류의 고통과 좌절, 소망과 도전, 그리고 감격의 눈물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같다. ‘두발걷기’는 연약한 몸이라는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인류의 문제해결법, 첫 사고력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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