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하는 능력은 신의 축복입니다. > 교육 Insight

정승각선생님이 그림을 그렸고, 권정생선생님이 글을 썼던 ‘강아지똥’이라는 그림동화책이 있습니다. 책 속에서 강아지똥은 더럽고 귀찮은 것으로 취급받습니다. 강아지똥의 소원은 아름답고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슬퍼하던 강아지똥은 민들레를 만납니다. 강아지똥은 민들레의 몸속으로 들어가 드디어 민들레꽃으로 아름답게 다시 태어납니다. 강아지똥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많은 생물들이 인간의 삶에 기여합니다. 우리들의 삶은 이 지구상에 함께 살고 있는 다른 생물들, 다른 존재들 때문에 가능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식량이 되기도 하고 책을 만드는 종이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한 사람의 삶이 유지되기 위해서 과연 얼마나 많은 생물이 그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와야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 생물들은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오면서 어떤 바람을 가지고 있을까요? 사유한다는 것, 생각한다는 것은 분명 인간의 축복입니다. 신이 준 선물입니다. 이 우주에서 인간의 몸에 들어와 인간의 생명을 가능하게 해 준 모든 것들이 인류에게 준 선물인 것입니다. 물론 때때로 사유한다는 것 때문에,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고통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에덴의 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쫓겨나게 된 것은 신이 먹지 말라고 경고한 선악과(善惡果)을 먹고 ‘부끄러움’을 알게 되었다는 것, 즉 사유하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사유능력, 생각하는 능력은, 이처럼 신화 속에서 마치 인간이 가져서는 안 되는 천형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어쩌면 사유능력, 생각하는 능력은 신(神)의 세계에 속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추상적 사유를 할 수 있습니다.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꺼번에 사유할 수 있습니다. 이 사유의 세계, 사유의 능력이야말로 인류가 이 우주에서 다른 생물들의 도움과 지원을 받아 획득한 능력입니다. 이 사유의 능력이 지금, 인류 문명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사고력교육을 단지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매우 협소한 생각입니다. 사고력교육은 호모사피엔스, 즉 생각하는 사람, 사유하는 존재로서 인류를 보다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과정입니다. 인간은 사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하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구상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인류는 지금, 문명사적으로 중대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바람직하게 해결하는 것은 바로 올바른 사유능력, 생각하는 능력으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사고력교육에 있어 제일 먼저 터득해야 할 것은 바로 사고의 즐거움, 사유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일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고, 생각, 사유, 의식을 합니다. 깨어있는 동안은 특히 많은 생각을 합니다. 의도적으로 하는 생각, 자신도 모르게 떠오르는 기억들과 생각의 파편들이 하루종일 머릿속에 가득합니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느낌들도 넓은 의미에서는 사유의 영토입니다. 우리들의 사유의 영토는 너무나 넓습니다. 시대를 초월하여 생각이 넘나듭니다. 나의 사유, 의식의 세계, 마음의 세계, 느낌의 세계는 넓이를 잴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고 다양합니다. 그 사유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상상하고 희망하고 집을 짓고 놀기도 합니다. 나만의 세계입니다. 아무도 볼 수 없으며,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세계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는 나의 사유의 영토 속에서 즐기거나 놀지 못합니다. 대개 의식은 몸을 움직이고 현실의 무엇인가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하고 고민하는데 사용합니다. 그리고 또 대부분은 실천으로 연결되지 않는 사유, 의식은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기까지 합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상상력, 사유, 생각의 불꽃을 억압하고 재단합니다. 그러나 사유하는 것 자체, 상상하는 것 자체, 느끼는 것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이며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입니다. 상상할 수 있다는 것, 머릿속에서 수많은 세계를 구상할 수 있다는 것, 마음속에서 이 우주에서 단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았고 나타나지 않았던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이미 하나의 무엇인가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지금 저는 관념만을 찬양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사유의 세계, 마음의 세계, 관념의 세계는 우리가 획득한, 이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한 나의 소중한 영토라는 것입니다. 이 영토 속에서 여러 가지 사유의 작업의 결과물로서 우리들의 실천, 우리들의 행위가 실현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유의 세계와는 또 다른 나의 세계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의식의 세계는 경계가 없습니다. 상상의 세계는 국경도, 벽도, 가로막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범죄도 아닙니다. 의식 과 상상의 세계는 모든 것이 허용되는 세계입니다. 그 누구도 나의 상상, 나의 의식의 세계를 침범할 수도 없으며 감시할 수도 없습니다. 이 얼마나 황홀하고 아름다운 나의 영토입니까? 사고력교육에 있어서 가장 먼저 터득해야 할 것은 최소한 우리들의 사유의 영토, 의식의 영토 속에서는 사고를 억압하고 가로막은 것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사고하는 것 자체, 상상하는 것 자체, 마음으로 느끼는 것 자체가 즐거움과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고한다는 것은 황홀한 것입니다. 공부하고 학습한다는 것은 나의 사고의 영토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나의 사유의 영토 안에 몰래 들어와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발견하여 추방한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나의 사고 와 사유 영토 속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몸은 자유롭지 못하지만, 현실 속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몸은 제약받지만, 나의 사상, 나의 사유, 나의 사고, 나의 마음은 그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봄날에 사유의 세계, 상상의 세계, 그대의 사유의 영토 속에서 마음껏 자유로움을 만끽하시길! 그러나 사유하는 것 자체, 상상하는 것 자체, 느끼는 것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이며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입니다. 상상할 수 있다는 것, 머릿속의 영토에서 집을 짓거나 땅을 고르며 즐겁게 논다는 것. 무엇보다 앞으로 만날 아이의 영토는 호기심이 가득한 총명의 땅임이 틀림없으니까요. 매우 비옥한 땅일 것이니까요. 아이들 또한 그 즐거움을 그대로 전이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지적인 즐거움, 사유의 기쁨으로 충만하시길 차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