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숲스토리 시즌1 Vol.2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준비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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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지혜의숲
- 작성일
- 22-08-3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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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준비 되었나요?
성민 :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네 계절 중 가장 날씨가 좋고 따뜻하기 때문이다. 이 봄이 왔을 때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새 학년으로 올라가면 문제집을 또 사야해서 절망적이다. 봄에 새 학년으로 올라가서 반 배정을 봤을 때가 뭔가 새로운 시작을 하는 거 같아 기분이 좋다. 학교 가기 전날 밤 내일이 너무 기대 되서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이번 학년 반 배정은 친한 친구와 되고 싫어하는 애들과는 떨어져서 너무 좋았다. 마치 6학년 마지막이라도 좋게 보내라는 듯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변할 때 봄이 오고 있다는 게 미세하지만 변함이 있다. 겨울엔 너무 추워서 걸어서 학교를 못갈 정도였지만 요즘은 걸어서 가도 그렇게 춥지 않다. 또 요즘 학교 가다 보면 옆에 꽃봉오리 같은 게 있었다.
# 예준 : 새 학기가 되면 문제집을 사야한다는 것은 정말 최악이야. 작년에 두꺼운 문제집을 다 풀었는데 다시 문제집을 산다니 정말 슬퍼.
# 성윤 : 학교 가는 길에 꽃봉오리가 있는 걸 난 못 봤는데 이야! 관찰력 대단하다.
# 세진 : 나도 봄에 안 좋은 적이 있어. 바늘에 자전거 타이어가 펑크가 났거든. 타이어를 바꿔야 할 정도로 파괴가 심각했어. 그 흑역사를 꾹꾹 눌러두었는데 네가 파헤치다니 정말 넌 탐험가가 될 재질이야.
# 경준 : 왜 엄마는 내 의견도 안 묻고 문제집을 살까? 엄마가 풀 것도 아니면서!
에세이 발표를 통해 아이들이 내면에서 발견하는 힘과 가능성은 다양하다. 떨림을 극복하고 칠판 앞 무대 위로 나와 서는 일은 매주 자기 극복을 전제한다. 발표를 마친 후 손을 든 친구의 이름을 호명하여 에세이에 대한 코멘트를 듣는다. “이야! 승민이 관찰력 대단하다.” 코멘트에 대한 고마움이 거름이 되어 다음 주에는 더 나은 에세이를 생산하고야 말겠다는 적극적 의지도 싹튼다. 말하기와는 달리 점점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던 에세이, ‘주여 이 잔을 피하게 하옵소서.’ 수준의 압박감이 안도와 용기로 바뀌는 순간이다. 발표를 위해 앞에 나서는 5분에서 10분은 긴장과 떨림의 밀도가 극대화되는 시간이지만 친구들의 정성과 웃음 깃든 코멘트를 들으며 사회적 관계능력의 단초를 쌓는다. 일주일에 한번은 적어도 내가 선생님이고 주인공이다. 수업을 지휘하는 지휘자이다. 지숲의 아이들이 자주 웃고 당당한 건 주도성과 능동성이 극대화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짜인 수업의 흐름 때문이다.
지숲의 수업은 2부로 구성된다. 1부 발표수업 + 2부 초점수업= 성취수업모형
지숲의 수업방식이 처음부터 대대손손 ‘성취수업모형’이었던 것은 아니다. 혼자 읽기보다 함께 읽기가, 혼자 생각하기보다 더불어 생각하기가 사고력 교육에 효과적임을 경험이라는 데이터를 통해 축적했으나 10여 년 동안 지숲의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에세이를 썼다. 사고력 수업의 초창기 모형은 1부 초점(주제)수업, 2부 에세이 수업이었던 셈. 그러다 문제를 발견했다. 아이들 사유의 결과물인 에세이는 쌓이는데 매주 들을 수가 없다니! 결단이 필요했다. 애초에 에세이를 지숲에서 적게 한 이유는 무엇이었던가? 초창기 아이디어와 이유를 따져보니 독서 부담에 에세이 부담까지 과제로 지우지 말자는 노파심과 우려가 발로였다.
관점을 바꿔보면 어떨까? 독서와 에세이를 집에 다녀오는 일주일 동안의 자기주도학습 과정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까? 작가 사유의 결과물이 작품이라면 아이 사유의 결과물인 에세이가 작품이 되지 못할 이유는 뭔가? 도리어 아이들의 에세이에는 그 나이 또래만이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시기적 개성과 맛이 있어 어른이 적은 작품보다 열렬한 토의를 이끌어내지 않을까? 10살의 환타지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건 10살이다. 열네 살의 변화에 가장 잘 공감할 수 있는 건 열 네 살이다. 학교는 작은 사회, 생생한 현장에서 돌아온 여덟 명의 아이와 그 또래를 거친 한 명의 선생이 모여 각자의 경험을 글로 나누는 시간을 마련해보자.
일필휘지에의 욕망
수업 중 에세이 적는 시간을 발표시간으로 대체하기로 의기양양 의견을 모았으나 갈 길은 멀었다. 일필휘지에의 욕망은 흔하나 누구나 욕망실현을 위해 연필 끝에 침 묻히고 책상 앞에 앉지는 않는다. 그랬다면 지숲 선생들도 다 작가됐다. 에세이에 대한, 에세이를 향한 불타는 욕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욕구를 어떻게 깨워주지? 아는지. 사람의 자기표현 욕구는 태어날 때부터 갖는 본능이란다. 자기표현의 방편인 언어를 갓 태어난 아기도 갖고 있다. 아기는 어른들은 눈치 채지 못하는 하늘의 언어, 옹알이로 마음을 표현한다. 배고프면 울고 불쾌하면 더 크게 울고, 낯설면 찡그린다. 게다가 다섯 살까지, 아이들의 수다와 질문은 하늘을 찌른다. 하늘까지 닿는 탑을 쌓으려는 인간의 욕망이 가소로워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일을 무산시킨 신의 권능의 진짜 이유는, 다섯 살 아이들의 호기심과 질문능력을 잃지 않고 있던 고대인의 수다와 맞닥뜨릴 용기가 없었던 신의 묘책(잔꾀) 아니었을까? 본능은 저절로 그리되기에 본능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인간의 본능인 말하기, 그리고 쓰기가 두려움과 회피의 대상이 된 것인가. 지숲에서 연을 맺은 아이들도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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